TEXT

1

은회랑 2013. 3. 6. 18:51

*얼티밋 기반


피터 파커는 항상 스타크 타워에 가면 신기하고 경이로울 정도의 발명품들을 보며 시간을 때우곤 했다. 물론 대부분의 방문은 토니와의 개인적인 면담 때문이었지만 토니 스타크는 항상 업무로 인해 만나기로 약속한 시간이 종종 늦춰지는 일이 잦았다. 상대적으로 한가한 피터는 그를 기다리며 스타크 타워 여기저기를 구경하고 다녔다. 예외적으로 피터에게는 대부분의 건물 안을 돌아다닐 수 있도록 출입허가가 내려져 있는 상태라 가능한 일이기도 했다. 그 날도 피터는 어김없이 만남이 지연된 탓에 건물을 배회하는 중이었다. 당시의 기억으로는 그를 처음 보자마자 이질적인 감각과 함께 스파이더 센스가 진득하게 울렸더라고 피터는 회상했다. 몸에 딱 맞춘듯한 정장을 말끔하게 차려입은 눈 앞의 소년은 아직 저보다도 꽤나 어려보이는 아이 모습이었지만, 어디까지나 그것은 겉모습에 불과할 뿐일지도 몰랐으며 머리가 지끈거릴 정도로 울리는 스파이더 센스 때문에 피터는 도무지 경계를 늦추지 않을 수가 없었다. 소년은 거의 누군가의 판박이처럼 닮은 얼굴이었는데, 피터는 그때까지는 전혀 그런 생각도 못하고 그저 어디서 많이 본 것같은 얼굴이네 라고 느꼈다. 멍하니 바깥창문을 응시하고 있는 그에게 가까이 다가가자 미묘하게 웃는 표정으로 당시로서는 전혀 알아듣지 못할 소리를 해댔는데 "이 건물은 내 것이다" 라던지 "난 허상이야" 같은 말들에 피터는 영문을 알 수 없단 얼굴로 눈썹을 찌푸렸다. 그런 피터에게 소년은 갑작스럽게 손을 내밀며 악수를 청했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피터는 일순 긴장하며 혹시나 함정이면 어쩌지, 아냐 여긴 스타크 타원데 설마 무슨 일이야 있겠어? 라며 소년의 손을 잡았다. 다행히도 별 다른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소년은 미미한 웃음기를 얼굴에서 지우지 않은 채로 "나는 안소니라고 부르면 돼." 라고 통성명을 했다. 피터는 "아, 그래. 만나서 반가워 안소니. 내 이름은 피.. 아니 벤자민이야. 벤자민이라고 불러." 안소니는 그의 손을 놓으며 잠자코 따라오라는 듯이 앞으로 걸어갔다. "혹시, 길을 잃은거야 안소니?" 피터는 주저하며 물었지만, 안소니는 전혀 그런 기색을 내비치지 않은 채 아무런 말 없이 걷기만 했다. 이윽고 다다른 곳은 토니의 사무실 앞.


피터는 의외라는 듯 두어번 눈을 깜박이고는 "토니 만나러 왔던 거였어?" 하고 그에게 물었다. 안소니는 그에게 가볍게 고개를 끄덕이며 "다시한번 소개할게. 내 정확한 풀네임은 안소니 에드워드 토니 스타크. 그리고 그의 뇌종양이야. 만나서 반가워, 피터 파커." 안소니는 말을 끝마치며 그 나이 또래 아이들처럼 화사하게 웃어보였다. 피터가 "뭐..?" 하고 작게 읊조렸지만 안소니는 그새 사무실의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가버렸다. 이게 대체 무슨 일이지, 지금 대체 무슨 일이 일어난거야? 내가 지금 꿈이라도 꾼건가? 하며 피터는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피터?"


여느 때와 다름 없는 익숙한 목소리에 피터는 열린 문 안쪽에서 저를 응시하고 있는 남자를 보며 작게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역시 꿈이었나봐. 다행이다. 말도 안되는 일이지, 어떻게 그의 뇌종양이..


"피터."


그리고 토니의 아래에서 그와 똑같이 저를 뚫어져라 바라보고 있는 소년을 발견하고는 뛰어오를듯이 놀라 으악! 하고 소리를 질렀다. 토니의 바지를 붙잡은 채 소년은 다시한번 반갑다고 하는 것 마냥 웃어보였고 피터는 그제서야 안소니가 꿈이 아니라 정말로 실존하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피터의 반응에 토니는 안소니와 같은 미묘한 얼굴을 지어보이며 "피터, 설마 너 얘가 보여?"라고 물었다. 피터는 무슨 소릴 하는 거냐며 당연히 보이지 안보이겠냐고, 장난치냐며 어이가 없다는 뉘앙스를 풍기며 말했다. 토니는 잠시 멍한 얼굴로